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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Simon🏳️🌈🏳️🌈🏳️🌈정말 보고 싶었던 <러브, 사이먼>을 본지도 대략 6개월이 지났다. 원래 좋아하는 것들은 하루 빨리 리뷰를 쓰고 싶은데 이 영화는 이상하게 손이 안갔다. 할말이 너무 많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아마도 할말이 너무 많아서 인 것 같다.사실은 작년부터 리뷰를 썼다가 지웠다가 했다. 이제서야 올리는게 약간 죄책감이 들지만 그래도 나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담아보려고 했으니 나는 그걸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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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검색해보면 러브, 사이먼이 10대 게이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그 단순한 문장보다 더 넓고 깊은 의미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게이 소년의 이야기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주변환경과 사회인식, 그리고 커밍아웃을 하기까지의 순간들이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은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방해물이다. 커밍아웃을 하기에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 어떻게 나아가고 어떠한 어려움과 정신적 혼란을 겪는지 아주 잘 묘사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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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의 경계선은 참 모호하다. 특히 그게 동성일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우리가 남성과 남성의 케미스트리가 잘 맞을 경우를 나타내기 위해 쓰는 말인 "브로맨스"같은 경우도 가끔은 애매하게 다가온다.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뚜렷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예를 들어 <불한당>에 등장한 재호×현수를 보면 그들의 관계가 단순히 남자로서의 의리, 혹은 우정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그저 진한 우정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듯,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확립하는 일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동성애자가 오랫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서 헤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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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와 Gender이라는 단어의 어감 차이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Sex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성별로, 즉 생물학적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것이고 Gender는 주변 환경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사실 나는 딱히 내 성별이 주변 환경이나 나의 성적 지향성 때문에 변화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Sex와 Gender가 다른 뉘앙스를 지닌 단어라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다. 물론 영어에서도 이 단어의 뉘앙스 차이에 엄청난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걸 배우게 된 이상 어쩌면 나는 Sex와 Gender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두 단어의 차이가 생각날 것 같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에도 이런 미묘한 차이가 숨겨져 있다니 뭔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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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성애를 지지해!"라고 하면 오는 반응은 두가지이다. "흠... 왜? 너도 동성애자야?" 혹은 "그렇구나." 그리고 나는 항상 전자가 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릴때부터 사랑과 성별은 딱히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거지 굳이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는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게 조금 말이 안되는 것 같았다.또한, 울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동성애자 라는 것을 밝히는 일이 얼마나 무섭고 벅찬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여자가 "나는 남자가 좋아"라고 하거나 혹은 반대로 남자가 "나는 여자가 좋아"라고 하면서 울지 않는데 왜 항상 동성애자만 커밍아웃을 해야하는 걸까? 다수가 항상 '옳음' 또는 '정상'을 의미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나는 더 적은 사람들이 울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밝힐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의 가치관에 대해 전자처럼 반응하는 것은 "나 흑인인권을 지지해"라고 했을 경우 "왜? 너가 흑인이야?" 혹은 "나는 동물권을 지지해"라고 했을 경우 "흠... 너 고양이야?"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나는 동성애자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지만 그들 모두를 지지한다. 그리고 이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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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이먼의 주변 사람들은 게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게 사이먼이 커밍아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이먼의 가족과 친구들이 "동성애는 정말 혐오스럽고 이해도 안돼"라고 반응했다면 사이먼의 삶이 불행해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의 인생이 다른이들의 의견과 가치관에 의해 영향을 받는게 너무 가혹하지만 아직 그런 세상에 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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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후기중 평점이 낮은 것들을 보면 "주인공이 귀엽다. 그게 전부다." 혹은 "너무 단순하고 표면적인 동성애만을 보여준다."라고 하지만 나는 동성애라는게 딱히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이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심오하게 생각하면서 왜 우리는 동성이 아닌 이성을 사랑하는지, 혹은 이성을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기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물 흐르듯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고백하고 하는 것처럼 굳이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하는 일에 깊게 파고들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들이 원하는 동성애에 관한 "얄팍하지 않은" 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정말 동성애를 표면적으로만 다루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게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성애를 꺼려했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더 동성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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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deserves a great lov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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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Love, Simon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삽입곡 두개로 마무리